2024. 8. 25. 16:37ㆍInsight/서평
[ 요약: 모두를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자동화 입문서]
이 책으로 운영중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멋지게 자동화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실무서보다는 연관 주제를 잘 정리해 둔 입문서에 가깝다. 얕지만 넓게, 그래서 어떤 이해 관계자가 접하더라도 필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도록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 왜 이렇게 두꺼워? ]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이 책의 두께다. 자그마치 천 페이지의 거대한 분량. 무엇이 이 책을 이토록 두껍게 만들었는지 궁금함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먼저 목차를 둘러본다. 생각보다 역사, 배경 지식 등 관련 이론 설명이 많아보인다. 실습 중에는 실제 인프라 자동화 내용 외에도, 각각 90 페이지 분량의 Python, Go, Git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다룬다. 처음에는 왜 굳이 넣었나 싶었지만, 저자의 대상 독자 목록을 보고 이해가 갔다.
네트워크 엔지니어, 시스템 관리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초의 종류가 다양한 모든 이들에게 네트워크 자동화 분야의 입문을 돕기 위함이었고,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책은 느리고, 기술은 빠르다. 이 책이 좀 더 널리 소비되고자 한다면, 대상 독자를 좁히고, 책의 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뭐, 4명의 저자가 협동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웃음)
[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 ]
평소처럼 속독부터 시작했다. 분량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초반 배경 설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양각색 비표준 방식의 하드웨어를 CLI로 일일이 하나씩 조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긴 하지만, 핵심은 확장성이다. 단순히 기기를 추가하는 scale-out 방식의 확장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요구사항의 추가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계속 읽으면서 AWS와 같은 IaaS 서비스 업체들이 가지는 문제 인식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네트워크 자동화는 정확히 그 부분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장비 설정 초기화 작업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자동화의 장점을 다소 모호하게 설명하는데, 내용을 읽은 후의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하드웨어 추상화, 비즈니스 요구사항 컴파일, 자동화 시스템 빌드
결국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의 세계로 끌고 오기 위한 작업들이다.
하드웨어의 사양이 각기 다르니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모호했던 실세계의 요구사항은 명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체화한다. 각각의 필요한 구성 요소들이 애플리케이션 레벨에 모였으니, 나머지 문제는 프로그래밍이 해결할 수 있다. 코드가 있으니 워크플로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코드가 되었으니, 보안 감사나 개선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에서 사용되는 모든 방식의 효율적인 확장이 가능해진다.
[ 알아야 하는 것들: 얕고 넓게 ]
초반에는 배경/역사, 그리고 11장까지는 주변 또는 기초가 되는 기술을 다룬다. 자동화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들은 12장이 되어서야 다룬다. 앞의 모든 내용들은 다 이 부분을 위한 준비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12장에서 앤서블, 노르니르, 테라폼 세 종류의 도구에 대한 설명과 실습을 진행한다. 13장에서 DevOps에서 다루는 CI/CD 개념을 소개하고, 14장에서는 최종적으로 네트워크 자동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제적인 고민과 방법들이 제시된다.
그 사이에도 참고할 만한 내용들은 있다. Linux와 Python에 대해 다루더라도, 네트워크와 연관된 내용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네트워크 장비와 통신하는 프로토콜ㅡ 개발자라면 익숙할 REST(ful) API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 근간은 웹 이전에 서로 다른 시스템들 간의 통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것이다. 실질적인 활용처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졌는데, 이런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대부분 알고 있거나 들어본 내용이라, 처음부터 정독하기보단, 핵심 내용을 본 후에 관련 지식이 부족함을 느끼면 돌아와서 공부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 Brief Overview ]
나는 목적을 가지고 소비할 수 있는 형태의 책을 선호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 강의에 비유한다면 교양보다는 프로젝트 실습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 책은 아쉽게도 교양에 가깝다. 여러 교수님의 특강으로 구성되는데, 다행히 내용은 이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 분야 자체가 지속적인 논의를 거치며 성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이러한 형태가 현재로서의 최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향후 어떤 게임 체인저가 판도를 뒤바꿀지 모르는 상황에, 변화에 뒤쳐질 내용으로 실무서를 쓰기보단,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대가 컸던터라 조금 아쉬움이 남는 그런 책이었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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